인터뷰자료

이효리 인터뷰 기사 2017.07.17 코스모폴리탄

kcyland 2017.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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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17 MON

이효리, 이 길의 끝에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 사막. 새까맣게 그을린 이효리가 끝없이 펼쳐진 그 길 위에 섰다.



요즘 이효리를 실컷 볼 수 있어 즐거워요. 

저도 오랜만에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팬들을 만나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절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죠. 충만한 시간이었어요. 


앨범 이야기를 먼저 하죠. 가공되지 않은 말로 듣고 싶어요. 

그동안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솔직하게 담았어요. 예전엔 다른 사람의 느낌이나 생각을 대신 표현하는 가수였다면, 이젠 제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사람이 많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있지 않을까요? 단 한 명이라도. 

저 나름대로는 굉장히 용기를 내서 만든 앨범이에요.


앨범 곳곳에서 낯선 이름이 꽤 눈에 띄어요. 

사이커델릭 레코즈엔 재능 있는 래퍼가 정말 많아요. 그중 킬라그램이라는 친구를 눈여겨보고 있었죠.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고 랩도 아주 잘하거든요. 로스나 앱신트 같은 친구도 자신만의 독특한 랩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인상 깊었고요. 함께 작업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춤이 굉장히 독특해요. 전에 본 적 없는 움직임 같달까? 

춤은 제 감정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도구 같아요. 예전엔 섹시하고 요염한 몸짓으로 내 강점을 어필했다면 이젠 별로 내세우고 싶지 않았던 부분도 표현해보고 싶더라고요. 새로운 동작이라 익숙하진 않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그게 가능했던 건 김설진이라는 멋진 댄서를 만났기 때문이에요. 그에게 용기를 얻고, 많이 배웠죠.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가장 좋았던 걸 꼽으라면 설진이를 만난 거예요. 댄서로서도, 아티스트로서도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친구예요. 


앨범 작업에 영감을 준 존재가 있다면요? 

영감을 준 존재라…. 하나를 꼭 집어 말하긴 좀 어렵네요. 아, 가만히 있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사실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 성격이에요. 생각도 많고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고민도 많고요. 제주도에 와서 그런 것을 조금 내려놓았더니, 제 안에 있던 단어들이나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요.


<효리네 민박>을 볼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 있어요. ‘저렇게 다 보여줘도 괜찮은 걸까?’ 

그러게요. 하하.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벌써부터 후폭풍이 밀려오고 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 많은 사람이 집 앞으로 찾아오고 있거든요. 사실 <효리네 민박>은 제가 먼저 제안한 거예요. ‘내 이야기를 제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는데 우리 집밖에 안 떠오르더라고요. 잔뜩 꾸며진 곳에서 꾸민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할 자신은 없었어요. 그건 저도, 저를 보는 사람들도 원하지 않는 모습이잖아요. 결정은 우리가 했으니, 뒷감당도 우리가 알아서 해야겠죠, 뭐. 정 힘들면 이사를 갈 수도 있고요.


직원 ‘이지은’과 보낸 시간은 어땠나요? 

지은이에 대해서 사실 잘 몰랐어요. 귀엽고 노래도 잘하는 친구라는 정도? 그런데 함께 지내면서 참 착하고 예의 바르고 어수선하지 않은, 편안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 지은이의 음악도 관심 있게 들었는데 자기 생각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표현할 줄 아는 정말 멋진 뮤지션이더라고요. 왜 다들 아이유, 아이유 하는지 알겠더군요. 하하.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보듬어주고 싶은 후배예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Just 1 minute everyday’ 시리즈는 어떨 땐 풍경 좋은 창밖을 보거나 좋은 영화와 음악을 감상한 기분, 어떨 땐 다큐멘터리를 본 기분이 들게 해요. ‘매일의 1분’을 기록하는 이유는 뭐예요? 

인스타그램은 저를 보고 싶어 하고, 제 소식을 궁금해하는 팬들에게 근황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만들었어요. 그냥 올리기보단 뭔가 특색 있게 해보고 싶었는데, 1분을 기록하는 게 쉽진 않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이젠 그냥 사진도 올리면서 편하게 하려고요.


요가 수련 생활도 궁금해요. 정말로 삶이 달라지나요? 

삶이 달라지진 않아요. 저는 변덕이 심한 기질이라 매일 무언가를 정해놓고 꾸준히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가는 지금까지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나도 이런 면이 있구나. 뭔가를 진짜 열심히, 진득하게 할 줄도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껴졌죠. 새벽 요가 때문에 좋아하는 술도, 늦은 밤 TV 시청도 포기하는 저 자신이 은근히 멋지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저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것

확실히 브라운관을 통해 본 이효리의 얼굴에선 굳건한 평정심 같은 게 느껴졌어요. 

다른 사람의 말이나 평가보다 자기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가 자신의 마음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저한테 그런 게 보였다면… ‘아, 나 이만하면 잘 살고 있는 거구나’라는 마음이 든 걸까요? 흐흐. 그치만 아직은 부족한 게 많아요. 내가 나 자신에게 ‘정말 멋있는 사람’이라고 기꺼이 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고 싶어요. 


세속이라고 말하는 공간을 떠난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은 두 갈래로 나뉘어요. 오직 자신의 생활과 마음을 돌보는 데 집중하는 삶,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을 통해 누군가에게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삶. 둘 중 어떤 삶에 더 관심이 있어요? 

어떤 종류의 삶에 특별히 관심이 있다기보단 그냥 저한테 오는 이 삶의 흐름을 바라보면서 그때그때 나 자신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해요. 저의 그런 모습이 좋게든, 나쁘게든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겠죠?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또 계획하고 있는 일은 뭐예요? 

계획을 잘 세우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해요. 계획하느라 시간만 허비하고 결국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더라고요. 그냥 계획 없이 사는 게 제 계획이에요.


요즘 가장 자주 되뇌는 단어가 있나요? 

이효리.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정말 많은 정보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효리는 뭘까?’라는 질문에 답이 선뜻 떠오르지 않아요. 제 이름,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제가 정말 이효리일까요? 기자님 이름은 뭐예요? 

그 이름이 정말 당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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