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소식

'영끌'해서 산다..2030은 왜 아파트에 올인하는가 2020.07.09

kcyland 2020.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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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부는 집을 거주 공간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주택을 통한 불로소득은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

하지만, 서울 평균 아파트값 3년간 45% 급등

2030에게 부동산이란..

'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인데요.

대출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집을 사는 요즘 세태를 비유한 말입니다.

특히 모은 돈이 얼마 없는데다, 청약 당첨 가능성마저 낮은 젊은층은 요즘 말그대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고 있는데요.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https://tv.kakao.com/v/410606987


4년전 결혼한 회사원 39살 박모씨.

아이까지 생기자, 고민 끝에 인천에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직장이 서울 강남이라 출퇴근에만 4시간이 걸리지만, 내 집을 가지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박 모씨/인천 아파트 분양자] "제 형편에 맞게 여기까지 온 거예요. 더 이상 어디로 가야되나. 여기서 더 이상 바다로, 섬으로 갈 수는 없잖아요."


아파트 분양가는 3억 8천만원.

목돈이라곤 빌라 전세보증금 2천5백만원이 전부였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계약을 감행했습니다.

전세를 월세로 옮기고, 돈이란 돈은 모두 계약금으로 털어넣었습니다.

[박 모씨/인천 아파트 분양자] "청약통장에 있는 돈하고, 장모님한테 좀 빌렸어요. 제 월급도 들어갔어요. 계약하는 달치 월급."

집값의 70%는 대출로 해결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1억원이 부족한 상황.

박씨는 동료의 주말 근무까지 대신 서며, 월급 4백만원 중 3백만원을 적금에 넣고 있습니다.

[박 씨/인천 아파트 분양자] "(아파트) 계약하고 나서 저희 생활은 거기(적금)다 돈을 아예 넣고 나머지로 쓰는 거죠. 어쩔 때는 생활비 모자라서 빌린 적도 있고 "

출산후 회사를 그만뒀던 부인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박 씨/인천 아파트 분양자] "여행을 한 번도 못 가죠 가족들이랑. 와이프한테 주말 (아르바이트) 좀 그만두면 안되겠냐 그러니까, 내가 그걸 벌어야지 이 집에 월세든지 관리금도 좀 여유 있게.."

그런데 최근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6.17 대책으로 인천이 규제지역이 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든 겁니다.

4천만원을 어떻게 더 마련할까 후회와 자책으로 괴롭기만 합니다.

[박 씨/인천 아파트 분양자] "이 돈 하나 못 모으고 뭐했지. 별 것도 아닌 거 있잖아요. 하다 못해 좀 비싸게 대게를 먹었다든가, 아이패드를 샀다든가 이런 게 그냥 하나하나 다 후회가 되는거예요."

평생 부은 청약통장을 써 어렵게 당첨된 아파트를 날릴까도 두렵지만, 더 절망적인 건 지금도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박씨/인천 아파트 분양자] "얼마 전에 이 근처에 분양 하나 했는데 똑같은 크기인데도 1억이 더 비싸요. 월급쟁이가 2년 동안 모아서 1억을 모을 수가 있을까요? 지금 안 사면 저는 이제 집 못 산다고,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2천5백만원으로 3억8천만원 짜리 집을 산다.

무리한 대출을 갚느라 못 쓰고, 못 쉬어 가며, 왜 이렇게까지 해서 집을 사는 걸까요?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지만, 다른 선택을 한 두 친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중학교 친구인 32살 강 모씨와 김 모 씨.

2년 전 결혼한 두 사람은 신혼집을 구하면서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강씨는 모은 돈에 양가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고, 전세대출까지 더해, 서울 마포구에 5억5천만원짜리 전세를 얻어 출발했습니다.

친구 김씨도 대출을 받긴 했지만, 신혼집은 오피스텔에 차리고, 다른 데에 집을 샀습니다.

서울 성동구의 7억7천만원 짜리 아파트를 4억4천만원 전세를 끼고 산 겁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전세를 택한 강씨는 전세금 8천만원을 더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집을 산 김 씨는 아파트 값이 1억5천만원이나 올랐습니다.

[김 모씨/집 산 친구] "새 집을 못 사고 구축을 사긴 했었어요. 새집이 오르는 폭이 훨씬 더 크거든요. 아쉬움이 조금 있기는 한데, 안 산거보다는 나으니까"

전세를 택했던 강씨도, 2년 전에 집 살 생각을 안 했던 게 아닙니다.

강씨가 매입을 고민했던 마포의 59제곱미터형 아파트값은 당시 8억원으로, 3년새 3억원이 오른 상황이었습니다.

[강 모씨/전세 계약한 친구] "50% 이상이 오른 거잖아요. 상투 잡는 거다 얘기를 했어서, 매매할 생각을 접었었어요."

그리고 이제 이 아파트는 10억원이 넘어 살 엄두조차 낼 수 없게 됐습니다.

[강 모 씨/전세 계약한 친구] "무리를 해서라도 대출을 끼고 집을 사서 시작을 할 걸이라는 후회를 많이 했죠. 아무리 열심히 저축을 한다고 해도 2년에 집 값이 4억이 올라버리는데 어떤 직종이 그거를 그렇게 감당할 수 있을지…"

올해 서울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연령대는 30대, 지난 2년간 주택담보대출을 가장 많이 받은 것도 30대입니다.

집값이 워낙 빠르게 뛰다 보니,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살 거다, 불안해진 30대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겁니다.

'로또 청약'

집 값이 폭등하면서 청약에 당첨만 되면 이득이 커 생긴 말입니다.

하지만, 젊은층은 '청포족'이라며, 청약은 포기했다고 합니다.

청약을 준비중인 30대 신혼부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지난해 결혼한 최 모씨 부부는 1년동안 청약에 10번도 넘게 떨어졌습니다.

[최 모씨/신혼 부부] "회사 주위 여의도, 하물며 인천 검단시티까지도 다 넣어봤어요. 출퇴근 되든 안 되든."

부양 가족이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청약 가점이 높아지기 때문에, 30대 신혼부부는 사실상 당첨될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최 모씨/신혼 부부] "(저희) 청약 점수가 25점 밖에 안 돼요. 청약되는 평균 점수를 보면 65점, 69점 이렇게 나오니까 그래서 '청무피사'라고 하잖아요. 청약은 무슨 피(웃돈)주고 사라고 그냥."

급한 마음에 멀리 안산에 대출 낀 분양권을 하나 사긴 했지만, 애초 출퇴근이 불가능한 지역.

최씨 부부는 지금도 청약을 포기 못해 혼인신고까지 미루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아 당첨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졌을 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리기 위해섭니다.

[이 모씨/신혼 부부] "한 명이 (직장) 그만 두면 조금 소득이 낮아지고, 아기가 생기면 부양 점수는 올라가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이런 걸 노릴 수 있을까 해서 계속 그냥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거든요.

[최 모씨/신혼 부부] "잠시 이혼을 했다가 분양이 당첨되고 난 뒤 다시 합가를 하는 그런 케이스도 들리긴 하더라고요. 그렇게는 안 해야지 했는데, 집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보니까 그렇게까지라도 해야 되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지난 5년동안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3.3제곱미터 당 1천767만원에서 3천45만원으로 뛰었습니다. 상승률은 70%에 육박합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초임 연봉은 겨우 10%가 인상됐습니다.

월급에만 의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자기 힘만으로 집을 사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깁니다.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집 값, 그걸 지켜보는 불안감은 이제 20대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 대학교의 부동산 동아리.

학생들의 주제 발표가 한창입니다.

"387억 원을 토지 매입에 사용하게 되고, 52억 원의 이익을 내는 것을…"

혼자서는 하기 힘든 부동산 공부를 하는 건데, 이런 동아리는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이효배/대학생] ""부동산 학회를 하고 있어요" 하면은 아주 안 좋게 보시더라고요. 벌써 좀 돈에 미친 것처럼 저희 학회가 그런 건 아닌데.. 과연 내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이런 거에 대한 관심이 어린 세대한테도 더 퍼진다 해야 되나"

부모 도움 없이 집을 살 수 없는 세상, 학생들은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윤 모씨/대학생] "집이 있는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 결혼할 수 있는 사람. 집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 이런 것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이민영/대학생] "많이 오른데는 10억 넘게 올랐잖아요. 제가 10억을 벌려면 정말 몇 십년이 걸리는 일인데.. 나는 저 상승을 누릴 수 있을까?"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고 내집을 마련해 안정되게 사는 꿈, 한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 꿈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다른 이의 재테크 수단이 되는 한, 그래서 젊은층의 미래가 부동산에 저당잡힌 한, 저출산도, 빈부격차도, 나아가 저성장도 해결은 요원합니다.

MBC뉴스 조윤정입니다.

조윤정 기자 (cyjung@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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