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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 기사 펌 2017.11.11

kcyland 201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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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인천 검단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한 한 가상화폐 '채굴(採掘)장'. 문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왔다. 약 132㎡(40평) 되는 공간에 채굴기 300여대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채굴기는 가상화폐만 캘 수 있도록 개조한 컴퓨터이다. 윙윙거리는 굉음에 청각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한 직원은 이를 "돈 캐는 소리"라고 했다. 환풍기 10여대와 대형 에어컨이 컴퓨터들이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창 밖으로 환풍구 5대가 열기를 연신 뿜어냈다. 여름에는 실내 온도가 40℃까지 오르지만 요즘은 날이 쌀쌀해져 30℃에 머물고 있다. 채굴기 한 대가 내는 열이 55℃에 이른다.

각 채굴기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이○○1, 이○○2, 이○○3…' 식으로 같은 이름 뒤에 숫자가 붙으면 한 사람이 그만큼 여러 대의 기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컴퓨터 값은 가상화폐 투자자가 부담하고, 이 회사는 컴퓨터 1대당 관리비 10여만원을 받고 대신 가상화폐를 캐준다. 안내를 한 직원은 "작가, 주부, 직장인, 대학생 가릴 것 없이 현장을 보러 오고 있다"며 "34대를 가진 사람도 있다"고 했다. 다른 방에선 엔지니어가 고장 난 채굴기를 수리하고 있었다. 세 명이 교대 근무를 하며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시간이 곧 돈인 가상화폐 채굴장에선 한순간이라도 기계가 멈추면 안 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대시, 리플, 라이트코인, 시아코인…. 각종 가상화폐 투자 붐이 일자 이를 직접 생산하는 일명 '채굴장'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가상화폐를 얻으려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들이거나, 직접 프로그램의 연산을 풀어 가상화폐를 얻어야 한다. 후자의 방식을 두고 '캔다' '채굴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케이스 없이 CPU와 메인보드를 노출해 조립한 컴퓨터를 '채굴기', 채굴기를 대량으로 만들거나 사들여 사람들에게 팔고 관리하는 업체는 '채굴장'이라고 한다.

가상화폐 채굴의 핵심은 전기료를 줄이는 데 있다.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쓰다 보니 채굴기 1대가 한 달 동안 쓰는 전력이 수백kWh에 이른다. 국내 가구 대부분은 한 달에 400kWh 이하를 쓴다. 여기에 냉방 기기 가동 비용까지 포함하면, 개인이 채굴기를 굴릴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채굴장 상당수가 공단이나 강원도에 몰려 있는 이유도 전기료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를 끌어쓰거나 애초에 연평균 기온이 낮은 지역에 채굴장을 짓는 것이다. 요즘은 전기료가 비싼 일본에서 국내 채굴장에 견학을 오기도 한다. 일부 업자는 농업용 전기료 혜택을 받기 위해 시골에 부지를 사들여 채굴장을 짓는 불법행위를 하기도 한다. 채굴 위탁 업체 여러 곳에 "현장을 볼 수 있느냐"고 물으니 상당수가 전기료 싼 중국이나 기온이 낮은 아이슬란드에 채굴장이 있다고 답했다.

고성능 컴퓨터가 채굴할 수 있는 가상화폐는 월 1개가 채 안 된다. 채굴할 수 있는 양도 그때마다 다르다. 이더리움은 현재 한 달에 약 0.9개를 캘 수 있다. 이더리움 1개당 시세는 7일 기준 34만5000원. 이더리움 채굴기는 국내에서 조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때 용산 전자상가의 그래픽카드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이더리움 채굴기는 대당 350만~480만원 선이다.

가상화폐의 대세는 여전히 비트코인이다. 올 들어서만 7배 넘게 가격이 뛰어 7일 기준 개당 80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채굴장 관계자는 "비트코인 채굴기는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지금 계약을 해도 12월은 돼야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칠수록 가격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최근 "비트코인은 사기(fraud)"라며 언젠가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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