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영화잡지 KINO 키노 2003년7월 99호(폐간호) Edit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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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잡지 KINO 키노 2003년7월 99호(폐간호) Editoria


수줍게 고백하는 이 달의 풍경 하나. 7월에 서울과 부산의 시네마떼끄로 찾아올 예정이던 미조구치 겐지의 구슬픈 영화 속에서 상심을 달래던 편집부는 뒤늦게 서울 측 프로그램이 취소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황할 기력 도 없이 확인전화를 하던 저는 11월쯤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이 대대적으로 개최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탄식이란 고작 이 정도였던 것같습니다...그 땐 키노가 없을 텐데 오즈는 누가 지키지? 생각하면 우습지만 키노의 시작부터 마지막 까지를 함께 하게 된 저의 가혹한 운명은 늘 이런 식으로 연장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떠날 기회가 있었겠지만 그때마다 손꼽 아 기다리던 영화 또는 거부할 수 없는 작가들 이제 발을 묶어둔 것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신 념이나 태도라기보다는 마음이라 불러야 맞 을 것입니다. 그 속에서 저는 99권의 키노를 만들면서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제 곁에는 언제나 그 사랑을 경쟁하는 동료들이 있었고. 그 사랑을 몇 배로 되돌려 주는 독자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영화 는 언제나 현실 속의 유토피아를 허용해준 유일한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냉혹한 사실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저 는 끝내 키노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듯 최근의 키노는 이 승산 없는 전투의 초라한 전리품에 불과한 지도 모릅니다. 그러 나 그 못지 않은 냉혹한 사실도 인정해야 합니 다. 저는 끝까지 키노를 지켜낸 것입니다. 아 마도 이 상황이 다른 방식으로 나아갔다면 지 금의 여러분은다른키노를, 또는 그키노는여 러분이 아닌 다른 독자들을 만나고 있을 것입 니다. 그래서 슬프고 화가 나지만 저는 담담하 게 키노를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이제 키노는 8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낸 자신 의 역사 속으로 귀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끝내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 이것이 패배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키노를 존재하게 해준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점은 매우 고통스럽 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작별은 예정 된 것이었으며, 그토록 시장에서 제외된 영화 를 감싸안았던 키노의 원칙으로부터 아주 낮 선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한 권 을 더 채워 100호를 완결할 수 있었다면,

이 안타까움은 조금 덜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키노가 이루어낸어 떤 것보다는 미처 이루지 못한 우리들의 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못다 채운 한 권의 키노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할 새로운 전선의 자리로 남겨듭니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영화인을 비롯하여 키노를 지지해주신 분들, 그 못지 않은 관심으 로 비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가슴 시리도록 고 맙습니다. 영화라는 이름으로 우정을 나누었 던 당신들은 가장 외로울 때 힘을 주신 진정한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 으로 키노를 위하여 자신의 가장 소중한 한때 를 묻었던 역대 편집부 가족의 이름을 차례로 불러봅니다. 아마도 그들의 감시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정성일, 김명준, 신혜은, 곽신애, 박혜경, 조미현, 이종 은, 이영재, 김미영, 김미선, 홍지은, 강혜연. 장훈, 김용언, 주성철, 최은영, 정지연, 정영 권, 윤재남, 손기철, 김진원, 염승호, 박정호, 성은경, 이민자, 김경미, 김수아, 유민형, 한만 수, 이미선, 한수정, 김미애, 성현진, 양유진. 그리고 저는 이연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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