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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영웅본색>을 두 번 보는 것이 두렵다 – 정성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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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영웅본색>을 두 번 보는 것이 두렵다 – 정성일 영화평론가

2008.08.20 by 맥스무비 취재팀


나는 단 한 번도 <영웅본색>이 걸작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이 영화가 심금을 울린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데에 어떤 이의도 없다. 게다가 명장면도 있다. 호화 요정에 찾아가 ‘미션’을 처리하는 장면은 홍콩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진수이다. 여자들과 춤을 추면서 상대방의 방 앞까지 간 다음 문을 연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문이 열린다. 당연히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주윤발은 두 손에 총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앞에 서자마자 마치 자동문인 것처럼 미닫이 식으로 된 방문이 열린다. 그런 다음 좀 전의 웃는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무표정하게 주윤발은 총을 쏜다. 누구라도 보는 사람의 넋을 빼는 것은 그 다음이다. 돌아서서 다시 복도를 돌아나갈 때 악당들이 몰려오자 그는 걸어 들어오면서 화분에 숨겨놓았던 총을 차례로 꺼내서 마치 춤을 추듯이 쏜다. 차라리 이 장면은 액션 동작이라기보다는 안무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지 않았고, 그 다음은 거의 신파에 가깝다. 형제와 우정. 배신과 복수. 그리고 사필귀정. 만일 오우삼의 걸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차라리 <첩혈쌍웅>과 <페이스 오프> 사이에서 망설일 것이다. 단지 액션동작만으로 대답해야한다면 <영웅본색>보다 <영웅본색 2>나 <첩혈속집>에 명장면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우삼의 단 한 편의 영화는 <영웅본색>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당신의 동의를 구할 생각이다.<영웅본색>은 좀 특별한 영화이다. 종종 영화중에는 언제 보느냐가 결정적인 영화들이 있다. 그리고 그 영화가 당신에게 제 시간에 도착했을 때 그 감흥이 거의 죽고 싶을 정도로 당신의 마음을 흔들 때가 있다. 말하자면 누구에게나 있지만 동시에 사람마다 서로 그 사연이 전혀 다른 명단.

내가 <영웅본색>을 본 다음 심금을 울린다고 생각한 대목은 장면에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감흥을 불러일으킨 단 한 마디의 대사.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졌구나” 어쩌면 이 대사는 원래의 직역이 아니라 번역한 사람이 기분을 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그 대사를 ‘읽는’ 순간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의 감각이 경련을 일으키는 반응을 일으켰다.

나는 <영웅본색>을 처음 본 다음 왠지 두 번 다시 보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두 번 보는 것이 두렵다.

오우삼의 ‘로망’을 보았을 때 내 나이 27살.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한 다음 곧 그만 두고 영화를 하기 위해 충무로에 들어왔다. 물론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었다. 나는 일종의 소년 가장이었기 때문에 남들처럼 느긋하게 연출부 생활을 하면서 기다릴 수 없었다. 군대를 제대한 다음 내내 내 손으로 학비를 벌었기 때문에 거의 가진 것이 없었다. 거리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탄압을 반대하는 시위로 종종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는 낮에는 충무로에서 명함도 없는 기획실장을 했고, 밤에는 내 방식으로 누구의 도움 없이 좋은 세상이 결국은 올 것이라는 예언으로 가득 찬 ‘원전들’을 읽었다. 하지만 세상은 절대로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그때 한국영화는 거의 희망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영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도 못했다. 내 영화친구들은 대부분 유학을 떠났다. 조국에 남은 나의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혹은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너무 바빴다. 떠나간 친구들은 더 많은 지식을 구하고, 더 좋은 경력을 차지하고, 더 많은 영화를 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에 나는 보도 자료를 돌리는 심부름이나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영화를 위해서 홍보문건을 써야했다. 그렇다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충무로에서 만난 사람들은 영화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었다. 그들은 마지못해 남아있거나, 갈 데가 없거나, 아니면 그저 잠시 머물러 있으려다가 그냥 머물러 있게 된 사람들이었다. 여기서 내가 영화에 대한 사랑을 말하면 다들 비웃었다. 나는 점점 더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청춘의 이십대라는 시간은 그렇게 두 주먹으로 꽉 쥔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와도 같았다.<영웅본색>은 정확하게 그 시간에 내게 도착했다. 세상은 내게 강호와도 같았고, 나는 떠도는 이름 없는 무사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주윤발이건, 적룡이건, 장국영이건, 그 중 누구에게도 심정적으로 기대지 않았다. 다만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질문. 버림받을 수도 있는 잔인함. 종종 거의 아무 것도 아닌 청춘. 하지만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버텨야 할 때, 언제 내게 기회가 올 지 알 수 없을 때, 나는 주윤발은커녕 그의 총에 쓰러지는 수많은 엑스트라 중의 한 명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대부분 그렇게 산다.

하지만 나는 (정말 유치하지만 어린 시절의 꿈을 안고서) 그때 간절하게도 협객이 되고 싶었다. <영웅본색>은 언젠가 같은 삶을 살았던 경험을 가진 형이 마음을 다해서 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는 위로와도 같은 영화였다.

<영옹본색>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굉장한 걸작이거나 미학적으로 논쟁적인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건 둘 중의 하나이다. 이런 영화가 필요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거나, 이 영화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영웅본색>이 내 인생의 영화중의 한 편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동병상련의 측은지심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나는 당신이 왜 그 영화를 좋아하는 지 잘 알고 있어, 나도 그렇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오랜만에 <영웅본색>을 다시 한 번 볼 생각이다. 그래서 내 청춘을 돌아보고 싶다. 아마도 나와 같은 추억을 안고 온 마음속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글 : 정성일 영화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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