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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뿌리 깊은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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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뿌리 깊은 배우가 되고 싶다

2005.07.26 by 맥스무비 취재팀


 ▲PLAY 버튼을 클릭하면 <친절한 금자씨>의 주연배우 이영애의 인터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잘 잃어버린다. 지적이고 냉철한 수사관에서,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인 이혼녀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던 그녀가 금자로 또 한 번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녀는 또한 자신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배우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늘 ‘이영애의 영화’를 보고 싶어한다. 다양한 영화 속에서 새로운 그녀를 찾아내고, 상영 시간 내내 그녀에게 중독되어간다.

한 배우에게 있어 13년의 시간을 경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리적인 시간을 거스르는 몸이 만들어내는 제스처와 표정과 말의 미묘한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친절한 금자씨>의 주인공 금자가 된 이영애는 ‘온전히’ 하나의 몸으로 이 시간여행을 감당해냈다. 이 모든 것은 이영애 그녀 자신의 도약일까? 아니면 박찬욱 감독의 신기한 마술일까? “금자는 겉도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있고, 그 안에 있으면서도 겉도는 것 같아요. 그게 <친절한 금자씨>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색깔 중의 하나이고요. <대장금> 끝나고 금자를 하니까 이름에서도 연결성이 있는 것 같고 왠지 그래서 더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웃음)”




<친절한 금자씨>의 개봉을 앞둔 이영애가 달라졌다. 이제는 아무도 이영애에게서 ‘천의 미소를 지닌 CF 모델’을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너무 옛날 이야기이다. 자신의 연기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실험해 보고 싶었다는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가 운명과도 같은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연기하는데, 그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커트도 빠지지 않고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스러웠고요.”

보통 멋진 여자와 대단한 여자는 일치하지 않는 법인데, 그녀에게서 우리는 완벽한 일치를 발견할 수 있다. 배우로서 거울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이영애는 어떤 배역이라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 낼 수 있는 ‘탄탄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 완벽한 사람은 훌륭하게 보일 수는 있으나 매력적으로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영애에겐 완벽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느슨한’ 아름다움이 있다. “뿌리 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정진해 나가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늘 ‘한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친절한 금자씨>는 산소처럼 늘 곁에 있어 몰랐던 그녀의 진가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성격파 배우로서 다양한 각도와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계산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차별점을 지니고자 해요. 이번에는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라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누구 하면 정형화된 연기가 아니라.”

이영애 라는 ‘배우’는 본인의 광기, 즉 예술혼과 이성을 유감없이 내뿜는 이 시대 최고의 ‘미녀’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아무리 추한 의상을 걸쳐도 내 눈에는 그 속에 감춰진 미의 실체가 투영돼 보인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모름지기 영화배우란 늘 대중과 함께 있어야 하고, 그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때론 귀찮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런 모든 상황들이 영화배우에겐 행복한 비명을 자아내게 한다. 재능과 의식을 두루 갖춘 배우가 궁합이 상통하는 감독과 만났을 때, 대중들은 자기의 구미에 딱 들어맞는 ‘대리인’을 제대로 만난 것 같은 기쁨과 즐거움을 얻게 된다. “모든 영화나 드라마가 기승전결이나 육하원칙을 꼭 제시해야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기존 영화의 흐름이나 구도를 떠나서 <친절한 금자씨>를 바라봐 주셨으면 해요. 영화는 ‘이래야 해’ 그런 고정관념을 버리는 순간 새로운 영화체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여자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기 때문에 미덕이 될 수 있다 했던가. 이영애의 미덕은 그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그녀는 배우로서의 천부적인 끼와 재능을 타고 났다. 이 세상 아무나 할 수 있는 역할 보다는, 이 세상에서 자신 밖에 할 수 없는 역할에 더 끌린다고 말한 그녀는 ‘복수’라는 단어를 ‘스스로 행복하고 잘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금자의 성격처럼 그녀가 정의한 ‘복수’라는 단어의 뜻 또한 남달랐다.

어떠한 숨겨진 묘책도 없고, 그리하여 기대할 어떠한 반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금자씨>가 서스펜스를 주는 것은, 금자 앞의 모든 관계들과 예측 가능한 상황들이 전적으로 그녀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금자는 모든 상황들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개미 한 마리 죽여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그녀의 입에서 “너나 잘하세요” 같은 문장이 새어나올 때 관객들은 참을 수 없는 쾌감의 전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님은 배우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오히려 싫어하세요.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일치된 결론에 다다르는 순간 굉장히 상쾌해져요.”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고민이 있었다면, 개인적으로 나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실망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배우로서 발전하는 나의 모습을 보아왔고, 또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하실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친절한 금자씨>는 그녀 속에 자리하고 있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하고, 배우로서 그녀가 한층 더 단단하게 자리매김했음을 지켜볼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영화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또 하나의 새롭고 멋진 여성 캐릭터를 완성해내는 데 성공한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 곁에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매 작품마다 변화된 ‘이영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가장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색깔이 있기는 하지만 항상 그것만 하고 싶지는 않아요. 일단 재미가 없거든요. 어떤 사람이더라도 변신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닌 배우가 어떤 이미지에 얽매인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잖아요.” 그녀는 위험한 캐릭터들로부터 ‘흥분’을 얻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배우다. 카메라 앞에 선 그녀의 움직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변화무쌍. 그녀의 움직임은 너무 아름답고 역동적이다.

그녀가 출연한 작품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연기에 대한 처절할 정도의 집착이다. ‘배우이니까 그럴 수 밖에’라고 생각해서는 그녀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없다.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배우에게 연기로서 인정받는다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 그들은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더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곤경에도 굴하지 않고 극복해 나간다. “처음부터 완성된 시나리오는 없었어요. 박찬욱 감독님과 촬영을 해가면서 만들어갔어요. 시놉시스만 보았을 때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박찬욱 감독님과 한다면 충분히 모험을 걸 수도 있고 배우로서도 욕심을 걸만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영화 사상 전대미문의 여성 캐릭터를 자기 안으로 품은 이영애는 ‘금자’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연기생활 13년’이 묻어있다고 했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이영애가 데뷔 시절부터 해온 캐릭터들을 쭉 지켜본 팬이라면, 그녀의 변신이 낯설게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에게 ‘왜 이런 역할을 이제서야 했냐고’ 반갑게 악수를 청하지 않을까. “연기할 때는 정말 자기 자신과 자기 경험 밖에 의지할 때가 없어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이영애는 순결하면서도, 악마적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해 냈다.

<친절한 금자씨>는 ‘복수의 허망함’을 묘사한 작품이다. 친절하게 그리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불친절하게 그리려 하지도 않았다. 그냥 표현하고 있을 따름이다. 시간이 흐른 뒤, 금자의 행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건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다. 그녀의 방법이 옳다는 게 입증되었을 때, 그 관객은 두 번 다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영화를 보시고 극장을 나가면서 금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그걸로 이 영화는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다른 면을 스크린에서 보는 경험은 낯설면서도 신기했어요.(웃음)”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역할을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하고 매번 색다른 역할에 도전한 그녀는 “이미지에 치중하는 소모용 스타에 머무르기는 싫다”고 했다. 영화 선택의 기준이 흥행 여부가 아닌 “내가 지금 하길 원하는 것, 내 연기 역량을 실험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말하는 그녀는 역할에 자신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성향을 반영할 수 있는 역할을 줄곧 고집해 왔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는 원없이 변신했다. 단단히 조여 두었던 나사를 전부 풀어낸 듯 표정도, 말버릇도, 몸짓도 하나같이 릴렉스해졌다. 변신의 끝을 보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그러고 보니 어줍지 않은 화학 상식으로 보건 데 물의 반이 산소인 것도 우연은 아닌 듯싶다. 무색무취의 산소. 하지만 이제 그 산소가 맛을 내고 향기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때로 물이 되고 다시 수증기로 모습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비가 되어 내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가 우리 영화계에서 언제나 산소같이 소중한 존재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사진기자: 서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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