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 -공식대로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친절한 금자씨> 박찬욱 감독 -공식대로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2005.08.05 by 맥스무비 취재팀

지난 8월 4일(목) 씨티극장에서 맥스무비가 주최한 <친절한 금자씨> 상영회가 열렸다. 이날 상영회에는 영화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직접 참석하여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맥스무비 이미선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는 관객들의 재미난 질문들이 쏟아졌고, 감독 역시 재치 있는 답변으로 응해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시간은 회원들의 끊임없는 질문세례로 극장측이 제공한 시간을 훨씬 넘겨버려 관계자에게 눈총을 받을 정도였다.
복수극을 소재로 한 영화를 세 편이나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복수극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까지 세 편을 만들었을 뿐이다. ‘복수극’이라는 소재처럼 관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보통의 복수극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공식대로 영화를 만들면 새롭지도 않을 뿐더러 내가 생각하고 있는 주제의식과도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통쾌한 복수가 아닌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었다. 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욕망을 들추어냄으로써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복수는 나의 것>을 찍으실 때부터 3부작으로 계획하셨는지?
아니다. <올드보이>가 개봉되고 난 후, 여자가 나오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드보이>를 구상할 때만 해도 삼부작은 고사하고 또 다른 복수극을 만드는 것에 대해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웃음)
차기작도 현실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방식으로 영화를 연출할 생각인지?
차기작은 (오죽하면) 정신병원 이야기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분열증, 망상증을 다룰 예정이다. 그 환자들의 정신세계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보여주는 판타지 장면(예를 들어 강아지로 변신한 백선생)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다음 작품은 <박쥐>라는 흡혈귀 영화이기 때문에 더 이상 긴 말은 필요 없을 것 같다.(웃음)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백선생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관객을 의식해 잔혹함 수위를 낮췄는가?
언제나 어느 장면에서나 관객을 의식한다. 그 장면에서는 오히려 더 끔찍해지라고 유머를 삽입했다. 그 상황에서 유족들이나 백선생의 심정은 절박하다. 부들부들 떨고 있고, 겁이 나기도 하고, 분노가 불타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우리들은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그것을 보면서 웃었을 때 미안한 기분이 들기를 바랬다. 극중 오광록이 도끼를 조립하는 장면은 웃기지만 그의 심정을 생각하면 웃고 나서 미안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재가 불쌍해지고 전체적으로 좀 더 공포스러워질 것이다.
최민식(백선생)과 와이프의 섹스신 이후에 백선생이 집어 드는 반찬이 김이었다. 감독의 설정이었는지 아니면 배우의 설정이었는지?
이번 일요일에 최민식씨 만나면 한번 물어보겠다(웃음)
극중 커다란 지구본은 소품인가? 일부러 크게 만들었는가?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만약 그 장면에서 제니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지구본은 들고 나왔더라면 평범해 보였을 것이다. 제니가 그것을 들여다보며 한국을 늘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중에서 ‘어느 지각없는 감독은 이금자의 이야기를 영화화 하겠다고 나서 비탄을 받았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그 내레이션을 삽입한 의도는?
(한참을 생각한 뒤) <친절한 금자씨>뿐만 아니고 일련의 복수 시리즈에 대해 왜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영화 개봉에 맞춰 출간된 각본을 읽은 사람들은 ‘복수의 동기가 보잘 것 없어 보인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영화를 만들 때마다 이러한 반응(예를 들어 내가 이렇게 빈축을 사고 있구나)들이 나올 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러한 내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삽입했다.

제니가 소풍가면서 고양이 수염을 그렸는데 의미가 있는가?
별 의미가 없다. 제니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호주에 두고 온)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 아니었을까?(웃음) 경험상 아역배우는 가만히 있는 연기를 잘 못한다. 그래서 일부러 뭘 하라고 시켰다. 여기서 나중에 감독을 하실 분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만일 아역 배우를 데리고 영화를 찍게 된다면 뭔가 일거리를 주는 것이 좋다. <복수는 나의 것>을 촬영할 때의 이야기인데 류(신하균)와 동진(송강호)의 아이가 ‘보노보노’를 보는 장면에서 분위기가 어색해 자꾸 NG가 났다. 그래서 아이에게 오징어를 씹으라고 했더니 한결 나아졌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와 달리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하는 백선생은 ‘악한’ 그 자체다
일부 언론과 평단에서도 바로 그러한 점을 지적하고, <친절한 금자씨>가 앞서 두 편의 복수 전작들에 비해 예술적으로 후퇴했다고 말했다.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다.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하는 악당 백선생은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와 달리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악당 캐릭터를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금자씨와 유족들에게도 잔인하면서도 복합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들의 행위가 정당한가에 대한 물음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다. 만일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하는 백선생이 ‘선한’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내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틀어졌을 것이다.
김규한 기자 asura78@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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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9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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