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의 배우만발 | 이영애의 양면적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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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우의 배우만발 | 이영애의 양면적 얼굴
2019.11.29 by 정 시우
김혜수가 말했다. “작품상 시상은 독보적인 아름다움의 대명사 이영애 씨가 해 주시겠습니다” 지난 21일 청룡영화상 시상자로 무대에 선 이영애는 ‘독보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온몸으로 증명했다. 그날 이영애는 실시간 검색어를 오랜 시간 점령했다. 화제의 이유는 역시나 ‘독보적인 아름다움’ 때문이었다. 여배우의 나이듦에 대해 얄밉게 구는 네티즌들마저 시간이 이영애를 비껴갔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맥스무비DB
1990년 ‘투유초콜릿’ 광고로 연예계에 등판했을 때부터 이영애의 얼굴은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선망의 아이콘으로 기능했다. 그 매력에 지속적인 애정을 보낸 건, 유행에 예민한 광고 시장이었다. 화장품, 전자, 아파트 등 묵직한 광고들이 앞다퉈 이영애를 찾았다. 그녀가 출연한 광고 제품만으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로 ‘이영애의 하루’가 화제 되기도 했으니 말 다 했다. 심지어 이영애는 ‘산소 같은 여자’로 통했다.
이영애의 얼굴로 이영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여러모로 식상하고도 창의력 부족한 일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녀의 얼굴이 지닌 반작용 때문이다. 이영애의 얼굴은 일종의 속임수다. 얼마나 오랜 시간 사람들은 ‘인간 이영애’의 미모에 속아 ‘배우 이영애’에 대한 편견을 지녔던가. 편견과 달리 배우 이영애의 선택은 자주 의외였고 종종 파격이었다. 이미지에 대한 이영애의 저항은 일찍이 노희경 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에서 시작됐다. 70년대 달동네 서민들의 삶을 그린 이 작품에서 이영애는 술집 작부 애숙을 맡았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이영애가 작부 역을 맡자 여론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점잖은 집 딸이 위장 취업한 것 같다”는 대중의 평가 속에서 이영애는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적잖이 놀래켰다.
사진 시네마서비스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희대의 작업 멘트에 이어 “자고 갈래요?”라는 결정적 순간의 필살기를 영화사에 남긴 <봄날은 간다>의 은수는 뉴밀레니엄 시대를 여는 하나의 징조였다. 이 작품에서 이영애는 우아한 이미지 뒤에 감춰졌던 배우로서의 다체로운 면모를 꺼내 들었다.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대장금>에서 장금은 미각만 남달랐던 게 아니다. 성품 역시 조선 시대-궁권이라는 배경 안에서 남다르게 당찼다. 국내외 팬들이 전문직 여성 장금에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예상 밖 행보. 장금이와 비슷한 캐릭터의 작품으로 안전하게 차기작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이영애의 선택은 <친절한 금자씨>였다. <친절한 금자씨>는 CF 여신 이영애의 이미지에 강한 균열을 내는 기록이자, 한국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의 탄생을 알린 작품. 박찬욱 감독은 이영애의 얼굴이 지닌 양면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얼굴을 가장 영화적인 방법으로 활용했다. ‘천사 금자’와 ‘마녀 이금자’.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양극단의 이미지가 이영애라는 필터를 거치며 개연성을 입었고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나를 찾아줘>를 통해 스크린으로 돌아오기까지 14년. 금자 씨로 각인된 모성 이미지를 털어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를 찾아줘>에서 꺼내든 무기 역시 모성애다. 이건 이영애가 이영애에게 건네는 대결 아닌가. 이건 대담함일까 무모함일까.
<나를 찾아줘>는 관객을 스크린 앞에 잡아놓고 108분 동안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영화다. 비정한 현실을 향해 브레이크 밟지 않고 끝까지 간다. 모성이란 이름으로 허용될 수 있는 일말의 훈훈한 미담마저 바짝 탈색됐다. 영화는 모성 너머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자기의 이익 앞에서 민낯을 드러내는 여러 인간 군상의 면모가 매섭게 스크린을 파고든다. 엄밀히 말해 팝콘 먹으며 즐기는 흥행용 영화와 거리가 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 모든 걸 붙들어 매는 건 이영애의 얼굴이다.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것 같은 표정 뒤로, 오기가 읽힌다. 핏기없는 얼굴 위로 타오르는 열기가 스친다.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는 복수가 끝난 후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모를 모호한 얼굴로 복수가 지닌 허무함의 속성을 새삼 정면으로 바라보게 했었다. 그런 양면적인 이영애의 면모가 <나를 찾아줘>에도 서려 있고 그로 인해 이 영화의 모성은, 서사는, 그리고 인간 본성은 탈선하지 않고 탄력을 받는다. 그러니까 이건 이영애의 무모한 도전일 수 없다. 14년의 시간은 그녀의 얼굴만 비켜갔을지 모르지만, 존재감은 비켜가지 않았다. 이영애의 얼굴을 보라.
정시우 칼럼니스트
<저작권자(c) 맥스무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ategories분석, 칼럼Tags나를 찾아줘 , 봄날은 간다, 이영애, 정시우 칼럼, 청룡영화상, 친절한 금자씨, 투유초콜릿Post navig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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