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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것은 바람도 깃발도 아니다 그대의 마음이다
<동사서독 리덕스>는 왕가위 감독이 자신의 1994년작 <동사서독>을 새롭게 편집하고 자막과 내 레이션 등 구성 전체를 바꾼 이례적인 작품으로 2013년 한국에서 재개봉하게 되었다. 장국영, 장 학우, 양조위, 장만옥, 유가령, 임청하 등 초호화 캐스팅과 중국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동사서독> 당시 제작비가 모자라 영화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하지 못한 왕가위 감독이 15년 만에 결국 숙원을 푼것이다.
<동사서독> 은 배경도 주인공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계기였다. 하염없이 배우를 기다리면서 보이는 게 사막밖에 없어 인서트로 찍다 보니 스태프들이 배우보다 사막을 더 이해하게 되고, 사 막이 주인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되었으며, 찍다 보니, 수 천년 세월 동안 수많은 손님을 겪은 사 막이야 말로 목격자이고 방관자로서 윤회를 거듭하며 이 자리에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면서 동시 에 사람이 아니라 사물, 배경도 주인공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다. -왕가위 감독
90년대를 담은 통조림
유행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지난달 유행하던 최신가요도 한 달 사이에 흘러간 곡이 되어 버린다. 어쩌면 한 달도 길다. 이렇듯 유행의 주기가 빠른 시기에 스테디셀러가 되기란 녹록지 않다. 아니, 정말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디셀러라 불리는 시대의 아이콘은 존재한다. 유행이 유행 을 낳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그 자체로 한 시대를 반영하는 대표 주자가 있다. 오늘은 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 영화 <중경삼림>을 소개한다. 1995년을 포함한 90년대 는 세기말의 기운이 팽배했다. 그 세기말은 100년의 끝이 아닌 1천 년의 끝이었다. 1999가 20000| 되는 시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고 어수선한 시기에 등장한 이 작품은 당시 청년세대를 매료시키 기에 충분했다.
영화의 주 무대인 홍콩이라는 공간도, 파편적으로 연결되는 이야기의 전개 방식도, 이리저리 흔들 리는 영상과 흐르는 네온 불빛도, 그리고 이 모든 이미지를 몇 배로증폭시키는 OST까지. 이 작품은 90년대 청춘의 감수성과 부유하는 세기말적 개인주의와 뒤섞여 '왕가위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것 이 사랑이든, 사람이든, 물건이든 이들에게 오늘이란 잃어버린 대상을 되찾고 싶은 마음 즉, 과거의 연장선이었다. 그러나 과거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들이 깨달은 건 모든 것은 결국엔(혹은 반드시)변 한다는 진실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의 범주에는 자신도 속해 있음을 느리게 알게 된다. 분명하고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다소 애매하고 상징적인 이미지의 감각적 결합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우리가 사랑할 것은 현재와 그지평선 위의 삶'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궁극에는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밤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을 잊게 만든다.
<타락천사>의 사건들은 시종일관 밤에 진행된다. 영화는 때때로텅 빈 순간, 시간 자체가 텅 빈 느 낌이다. 우리는 한밤중에 종종 시간을 잊는다. 밤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을 잊게 만든다. 영화의 재 및는 점은 대부분을 와이드앵글렌즈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얼굴은 기괴하게 왜곡되고 공간은 끝도 없이 넓어 보인다. 그러한 쇼트들에서 인물들은 지독하게도 고립되어 보인다. 끔찍한 외로움과 어떤 상실에 대한 영화이지만, 또한 동시에 그것들에 대한 위로의 영화 이기도 하다. 사랑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타락천사>는 사랑의 시작과 끝에 집중한다. 킬러(이가흔)은 3년을 함 께 일한 킬러 황지민(여명)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일하는 팀과 생활하는 팀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황지민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 '망기타'로 자신의 마음을 알린다. 좋은 팀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없어야 한다고 믿는 상대의 거절에 여자는 마지막 일을 제안하고 남자는 이를 받아들인다. <중경삼림>의 경찰 233과 이름이 같은 하지무(금성무)도 실연한 체리(양 채니)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고백도 하지 못한 채 끝이 나버린다. 결국 모든 일을 과거로 을려버린 킬러와 하지무는 합께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 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을지, 이 사랑 또한 시작과 함께 끝이 날지는 알 수 없지만, 물은 주흥글씨가 될지도 모를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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