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료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데일리 #양조위 편 #BIFF

kcyland 2022.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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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3호 [기획] 양조위, “배우 인생 40년, 여전히 도전하는 마음으로”

글 임수연 사진 백종헌 박종덕 2022-10-08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과 오픈토크 현장에서 나온 양조위의 말말말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이자 특별전의 주인공, 배우 양조위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팬미팅을 방불케 한 기자회견에 이어 영화제 관객과 만나는 오픈토크에는 수천 명이 몰렸다. 10월7일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열린 오픈토크 행사는 배우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선 사람들도 있었다. 10월6일 KNN시어터에서 열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을 기념한 기자회견과 다음날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을 뜨겁게 달군 오픈토크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부산 내한 소식이 알려졌을 때 한국의 젊은 시네필들에게 무척 반응이 좋았다. 실제로도 새로운 팬층의 열기를 체감하고 있나.

=사실 부산에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젊은 팬층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번에 와서 보니 확실히 젊은 팬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어떤 분은 최근 작품을 보고 팬이 되어 옛날 작품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접하고 나를 알게 되는 케이스도 있는 것 같다.

-특별기획 프로그램 ‘양조위의 화양연화’의 상영작을 직접 골랐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서 여러 가지 장르를 골랐다. 유진위, 왕가위 등 내가 좋아하는 감독의 작품들을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데뷔 초에 찍은 <비정성시>도 넣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번엔 빠졌다.

-그동안 연기 커리어에서 악역이었던 작품의 비중 자체가 적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나 <상성: 상처받은 도시>에서 연기한 악역은 결국 동정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캐릭터였다. 양조위가 생각하는 악역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혹시 연기해보고 싶은 악역 캐릭터가 있나.

=배우라면 다양한 역할을 도전하고 싶고 나 역시 그렇다. 악역 캐릭터에 관심이 많지만 아쉽게도 제안이 많지 않았다. 꼭 악역이 아니더라도 캐릭터의 배경이 복잡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역할에 관심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살인마 잭의 집> 같은 연쇄 살인마 역할도 하고 싶다.



-필모그래피에서 보기 힘들었던 아버지 역할로, 그것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같은 마블 영화로 할리우드 진출을 했다. 일찌감치 미국 에이전트와 계약을 한 것으로 아는데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마블 영화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 아버지를 연기한 게 어떤 경험이었는지 듣고 싶다.

=미국 진출 내지 데뷔보다는 인연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나타나는 것은 인연이고 타이밍이다. 인연이 나타난다면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국, 일본, 대만 등 어디든 갈 의향이 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비밀리에 준비된 작품이라 많은 정보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감독과 통화하면서 그의 진심을 많이 느꼈다. 그를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면 좀더 다양하고 많은 사람에게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리고 이미지 전환을 할 수 있는 아버지 역할을 맡아서 굉장히 반가웠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역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연기 인생을 전반과 후반으로 나눈다면, 전반의 20년은 배우는 단계, 후반의 20년은 배운 것을 발휘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지금은 이를 넘어서서 배우라는 직업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단계다. 좀더 다양한 역할,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이제야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즐겁다.

-한국과 인연이 된다면 한국 드라마에 참여할 생각도 있나.

=한국에 좋아하는 제작자와 배우들이 굉장히 많다. 만약 언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할 마음이 있다. 대사가 없는 캐릭터가 있다면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평소 같이 일하고 싶은 한국 감독이나 배우가 있나.

=개인적으로 송강호와 전도연 배우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나중에 기회 된다면 꼭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



-눈빛 연기는 계산에 의한 결과물인가, 캐릭터가 되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인가.

=눈빛보다는 캐릭터를 준비한다. 참고 서적을 읽거나 주변에 비슷한 사람이 있나 살펴보고 그를 모방하기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들여 리서치를 진행한다. 준비 기간은 3개월 정도 걸린다.

-누구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필모그래피를 쌓았지만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이 있나.

=세상에는 굉장히 다양한 인간이 존재하고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캐릭터도 많다. 해보고 싶다기 보다는 안 했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드라마로 데뷔했고 그때부터 나를 좋아했던 팬도 많다. 최근 들어 다시 드라마를 찍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드라마에 한번 출연하고 싶다. 젊은 나이에 도전할 수 없었던 나이 든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

http://www.cine21.com/news/view/?idx=8&mag_id=101160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나 <일대종사>를 보면 액션 연기를 할 때조차 로맨스가 느껴지는 연기를 한다.

=동작만을 보여주면 그 장면이 굉장히 단조로워 보일 수 있다. 가령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같은 경우 내가 연기한 쑤 웬우가 난(양자경)의 매력에 빠진다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액션에 감정이 스며들 수 있도록 표현했다.

-마이클 케인이 직접 쓴 <마이클 케인의 연기 수업>에는 “배우는 결국 자신의 눈을 파는 직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양조위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눈은 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을 통해 한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보디랭귀지와 달리 눈빛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원래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더더욱 눈에 감정을 잘 담아내려고 한다.



-<중경삼림>에는 비누를 보며 혼잣말을 하는 등 자칫 소화하기 민망한 대사도 등장한다. 당시 연기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그리 밝지 않은 성장기를 보냈다. 친구도 많지 않았다. 그때 화장실 거울을 보며 혼잣말을 많이 했다. <중경삼림>의 캐릭터와 실제 어린 시절에 닮은 점이 있었기 때문에 비누를 보며 대사를 하는 게 어색하진 않았다.

-허우 샤오시엔, 왕가위, 이안 등 중화권의 훌륭한 감독들과 협업했다.

=<비정성시>는 내게 거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대만어를 하지 못해 촬영 시간 외에 거의 방에 있었는데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대만 역사서라든지 일본, 미국 소설 등 정말 많은 책을 갖다 줬다. 이안 감독은 <색, 계>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1940년대 역사책부터 음악, 그림까지 다양한 레퍼런스를 제공해줬다. 왕가위 감독은 아마 내 연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일 것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7편에 출연했다. 뚜렷한 계획 없이 촬영에 들어가는 그와의 작업을 어떻게 견뎌냈나.

=시나리오도, 캐릭터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이 창작하는 감독을 처음 경험했다. 언제 촬영이 끝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방식이었다. 하루하루 받은 시나리오를 제대로 대하고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 삶이 그렇듯이 말이다.



-인물에 가장 깊이 몰입해서 돌아오기 어려웠던 작품은 무엇이었나. 나인지 캐릭터인지 헷갈렸던 배역이 있다면.

=연기하는 캐릭터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새로운 역할을 준비할 때는 많은 변화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웠고, 촬영 기간이 짧을 때 상대적으로 빠져나오기 쉬웠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방법을 찾은 것 같다. 굳이 “이 역할에서 어떻게 빠져나와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원래대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헤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이 끝나도 캐릭터의 일부가 몸에 배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그 역시 내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40년간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운이 좋았다. 훌륭한 사람들과 만나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행복하게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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